제 2회 박재삼 시 암송대회 시 - 학생부 시

작성자
박재삼문학관
작성일
2017-06-20 12:49
조회
326
2017년 제 2회 박재삼 시 암송 대회
(암송 시 10편씩, 1~5는 일반부 학생부 같음)

* 학생부

1. 울음이 타는 가을 강
2. 천년의 바람
3. 아득하면 되리라
4. 내 고향 바다 치수
5. 바닷가 산책
6. 구름의 나들이
7. 열 몇 살 때
8. 신록을 보며
9. 배가 갑니다
10. 아기 발바닥에 이마를 대고

 

1.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2. 천년의 바람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3. 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 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4. 내 고향 바다 치수()

박재삼

봄날 삼천포(三千浦) 앞바다는
비단이 깔리기 만장(萬丈)이었거니
오늘토록 필(疋)을 대어 출렁여
내게는 눈물로 둔갑해 왔는데,

스무 살 무렵의
그대와 나 사이에는
환한 꽃밭으로 비치어
눈이 아른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안개가 강으로 흘러
앞이 흐리기도 하였다.

오, 아름다운 것에 끝내
노래한다는 이 망망함이여.
그 잴 수 없는 거리야말로
그대와 나 사이의 그것만이 아닌
바다의 치수(數)에 분명하고
세상 이치의 치수(數) 그것이었던가.
5. 바닷가 산책

박재삼

어제는
가까운 神樹島(신수도) 근방
아지랭이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어
열댓 살 적으로 돌아와
그리 마음 가려워
사랑하는 이여,
안으로 홀로 불러 보았고,

오늘은
멀리 昌善島(창선도)쪽
아까운 것 없을 듯 불붙은 저녁놀에
스물 몇 살때의 熱氣(열기)를 다시 얻어
이리 흔들리는 혼을 앗기며
사랑하는 사람아,
입가에 뇌어 보았다.

사랑은 결국 곱씹어
뒷맛이 끊임없이 우러나게 하는
내 고향 바닷가 산책이여!

 

6. 구름의 나들이

박재삼

구름도 폴폴 날듯이
이제는 소복하고 나들이를 하네.
아이 구름도 그 옆에 거느리고......,
밝고도 아슬한 슬픔이여.

십년 전에 사랑하던 이가
시집가서 아이 낳고
남이 되어 살면서
내 정신 웃마을로 와 보는
참 오랜만의 기쁨이여!

-나 여기 있어요!
하도 몰라주는
섭섭한 섭섭한
옛날의 사랑하던 이!
아, 하늘의 구름!

 

 

7. 열 몇살 때

박재삼

열 몇 살 때던가
제비떼 재재거리는
여학교 교문 앞을
발이 떨리던 때는
그런대로 그 비틀걸음에는
가락이 실려 있었다.

찬란한 은행잎을 달고
찬송가가 유독 출렁거리던
마음 뒤안에 깔린 노을을......,

아직도 그 여학생들의
옷태가 머리태가 좋으면서,
기쁘면서, 또한 그를 사랑하면서,

이제는 너무 멀리
그 교문 앞을 지나와버린
부끄러움도 가락도 없는
내 발걸음이 섭섭할 뿐이다.

 

 

8. 新綠(신록)을 보며

박재삼

나는 무엇을 잘못 했는가

바닷가에서 자라
꽃게를 잡아 함부로 다리를 분질렀던 것,
생선을 낚아 회를 쳐 먹었던 것,
햇빛에 반짝이던 물꽃무늬 물살을 마구 헤엄쳤던 것,
이런 것이 一時(일시)에 수런거리며 밑도 끝도 없이 대들어 오누나.

또한 이를 달래 창자 밑에서 일어나는 微風(미풍)
가볍고 연한 현기증이 이기지 못하누나.

아, 나는 무엇을 이길 수가 있는가.

 

 

9. 배가 갑니다

박재삼

우리 召英(소영)이는 난 지 一(일)년 六(육)개월
고무신에 모래 담고
통통통 통통통 배가 갑니다.
종일을 맨발로 놀더니
그 발밑엔 엷은 흙도 묻친채
숨소리 고르게 자고 있네.

사랑하는 발아, 발아, 召英이 발아,
토끼띠라서 그렇던가
우리나라의 地圖(지도)도 닮은 발아.
꿈속에도 고무신에 모래 담고
낮에 하던 그대로
숨소리 고르게 배가 갑니다.
一萬(일만) 시름이 잠자는
가을 밤물결을 헤치고
통통통 통통통 배가 갑니다.

 

10. 아기 발바닥에 이마 대고

박재삼

一(일)년 五(오)개월짜리
祥圭(상규)의 잠자는 발바닥
골목 안과 뜰 안을 종일
위험하게 잘도 걸어다녔구나.
발바닥 밑으로 커다란 해를 넘긴
어여쁘디 어여쁜 발아.
돌자갈 깔린 길보다도 험한
이 애비의 이마를 한번 밟아 다오.
때 안타는 연한 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