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낮게 곡선을 그리며

작성자
박재삼문학관
작성일
2016-05-22 23:47
조회
225
 

문명에 길든 것은
모두 날카로운
직선을 이루고 있건만,
거기에 때가 묻지 않은 것은
가령 눈 덮인 경치와 같이
얼마나 순박한 곡선을 긋고 있는가.

저 눈을 쓴
자태 속으로 들어가면
그 밑바닥에는 시방
녹은 물이 자기네들끼리 모여
고향의 예닐곱 살 적의,

세상이 즐겁고 기쁘기만 한
노래를 하기에만 골똘한
시냇물 소리를 내느니
그 근처에 신(神)은 늘
높이 좌정(坐定)하기는커녕
공일날처럼 가만히 놀면서
아, 낮게 임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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